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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을 앞두고 개인투자자들이 한국 증시에서 짐을 싸고 있다. 내년 경기 침체 우려와 계절성 수요로 외국인과 기관이 쌍끌이로 매도를 이어가는 가운데 양도세 회피를 위한 물량 폭탄까지 대기하고 있어서다. 금융투자세 유예는 잠정 합의됐다고 하지만 대주주 요건을 확정하지 못하면서 올해도 예년처럼 수천 억 원에서 조 단위의 대규모 물량 매도 사태가 또 반복될 예정이다.

 

2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시 대기 자금 성격인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예탁금은 19일 기준 45조 1316억 원으로 올해 최저치를 기록했다. 15일(45조 2138억 원) 이후 이틀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올해 최고치였던 75조 1072억 원(1월 27일)과 비교하면 30조 원(40%)가량 증발했다.

 

하루 거래 대금도 크게 줄어 코스피 시장 기준 5조 원 선이 무너졌다. 이는 2020년 1월 2일(4조 6382억 원)이후 최저치다.

 

연말 개인들이 국내 증시에서 손을 털고 있는 것은 불확실성 때문이다. 증시 부진이 가장 큰 이유다. 11월만 해도 ‘차이나 무브’ 등 외국인 자금이 대규모로 한국 증시에 유입돼 베어마켓 랠리(약세장 속 상승세)가 이어졌다. 하지만 12월 들어서는 외국인과 기관이 쌍끌이 매도가 이어지며 증시가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달 외국인은 1조 1368억 원을, 기관은 3018억 원을 순매도했다. 고강도 긴축 여파로 경기 침체에 진입하고 기업들의 실적이 급격히 악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배경이다. 여기에 기관투자가들이 결산기에 투자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고파는 ‘윈도드레싱’ 효과도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연말 한국 증시의 고질병인 ‘양도세 회피 물량 폭탄’이 대기하고 있는 것도 큰 변수로 본다. 여야는 금융투자세를 유예하기로 했다지만 대주주 기준에 대해 아직 합의하지 못했다. 현재는 종목당 친족 등 합산 금액 10억 원이 넘으면 대주주로 분류돼 주식 양도 차익의 20%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현재 야당은 현재 기준을 완화해 친족 등을 합산하지 않고 20억~30억 원 수준을 주장하고 있다. 정부 안은 종목당 100억 원이다. 이 기준을 확정하지 못하다 보니 대주주로 분류되지 않기 위한 대기 물량들이 폐장일 전까지 쏟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매년 국내 증시에서는 개인투자자들이 연말 물량을 쏟아냈다. 지난해 12월 21일부터 28일까지 개인들은 8조 5070억 원을 순매도했다. 증시 마지막 날인 12월 28일 하루에만 3조 1587억 원을 팔았다. 올해 역시 26~27일 대주주 양도세 회피 물량 출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 운용사 대표는 “국회가 정쟁을 할 때는 하더라도 먹고사는 문제까지 볼모로 삼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일의 우선순위를 구분하지 못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